바다가 그리워
존 메이스 필드
내 다시 바다로 가리
그 외로운 바다와 하늘로 가리
큼직한 배 한 척과 지향할 별 한 떨기 있으면 그뿐
박차고 가는 바퀴, 바람의 노래
흔들리는 흰 돛대와 물에 어린 회색 안개
동트는 새벽이면 그 뿐이니.
내 다시 바다로 가리
달리는 물결이 날 부르는 소리
거역하지 못할, 거칠고 맑은 부름
흰 구름 나부끼며
바람 부는 하루와 흩날리는 눈보라
휘날리는 거품과 울어대는 갈매기 있으면 그 뿐이니
내 다시 바다로 가리 정처없는 집시처럼
갈매기 날고 고래가 헤엄치는
칼날같은 바람 부는 바다로
친구 녀석들이 지껄이는 신나는 이야기와
오랜 일에 끝에 오는 기분 좋은 잠과
달콤한 꿈 있으면 그뿐이니
파도의 말
이해인
울고 싶어도 못 우는 너를 위해
내가 대신 울어 줄게
마음 놓고 울어 줄게
오랜 나날 네가 그토록
사랑하고 사랑받은 모든 기억들
행복했던 순간들 푸르게 푸르게
내가 대신 노래해 줄게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 질 때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동해바다
신경림
친구가 원수보다 더 미워지는 날이 많다
티끌만한 잘못이 맷방석만하게
동산만하게 커 보이는 때가 많다
그래서 세상이 어지러울수록
남에게는 엄격해지고
내게는 너그러워지나 보다
돌처럼 잘아지고 굳어지나 보다
멀리 동해바다를 내려다보며 생각한다
널따란 바다처럼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깊고 짙푸른 바다처럼
감싸고 끌어안고 받아들일 수는 없을까
스스로는 억센 파도로 다스리면서
제 몸은 맵고 모진 매로 채찍질하면서
바다로 나가볼까
이상호
바다에는 커다란 음반 하나
밤낮 돌면서
제 가슴을 비워
푸른 물소리를 만들고
물에서 뜻을 잃은 새들은
바다로 가서
바람에 귀를 씻고
그 소리를 듣고 있다는데
나도 마음 한구석 설레며
바다로 나가볼까
몸 기울여
바다가 될까
가까이 갈수록 조금씩 몸을 감추었지만
음질이 좋은 푸른 음반은 돌면서
흐린 내 귀를 씻어주는데
바다에 몸 기울인 새들은
날아서 뜻을 짓는구나
떠나간 이여
떠나간 이여
바다를 버린 새들만이
진실로 바다로 돌아올 수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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