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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시 모음] 길고 긴 외길을 걷는 그대에게

by seolma 202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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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외사랑을 진행중인 모든 분들께, 이 시들을 드립니다.
위안은 되지 못해도 한 번 시원하게 우시기를.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유안진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은 

낡은 거문고 줄 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 것이라 할 수 있나

 

 

 

 

 

 

이런시 

                   이상

내 한 평생(平生)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일부)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우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에
내가 미리 가 너를 기다리는 동안
다가오는 모든 발자국은
내 가슴에 쿵쿵거린다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하나도 다 내게 온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아주 먼 데서 나는 너에게 가고
아주 오랜 세월을 다하여 너는 지금 오고 있다
아주 먼 데서 지금도 천천히 오고 있는 너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도 가고 있다
남들이 열고 들어오는 문을 통해
내 가슴에 쿵쿵거리는 모든 발자국 따라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너라는 햇빛 

                           이승훈

나는 네 속에 사라지고 싶었다. 바람 부는 세상 너라는 꽃잎 속에 활활 불타고 싶었다 비 오는 세상 너라는 햇빛 속에 너라는 재미 속에 너라는 물결 속에 파묻히고 싶었다. 눈 내리는 세상 너라는 봄날 속에 너라는 안개 속에 너라는 거울 속에 잠들고 싶었다. 천둥 치는 세상 너라는 감옥에 갇히고 싶었다. 네가 피안이었으므로.

그러나 이제 너는 터미널 겨울 저녁 여섯시 서초동에 켜지는 가로등 내가 너를 괴롭혔다. 인연은 바람이다. 이제 나 같은 인간은 안된다. 나 같은 주정뱅이, 취생몽사, 술 나그네, 황혼 나그네 책을 읽지만 억지로 억지로 책장을 넘기지만 난 삶을 사랑한 적이 없다. 오늘도 떠돌다 가리다. 그래도 생은 아름다웠으므로.

 

 

 

개인적으로 짝사랑을 겪어 봤지만, 짝사랑만큼 구질구질하면서도 잊혀지지 않는 감정이 또 있을까 싶습니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떠오르기 때문에 짝사랑을 하는 이에게는 여유가 없고, 누구를 보든 그와 연관짓기 때문에 제대로 된 만남이 없습니다. 고백을 하지도 못한 주제에 감히 충고하자면, 그냥 행복한 순간을 최대한 즐기세요. 나중에 아무리 불행한 끝이 와도 결국 그 순간이 삶의 양식이 될 겁니다. 

결국 잊혀질거에요. 그의 기억 속에서의 나도, 나의 기억 속에서의 그도. 
운이 좋아 서로를 향한 마음이 같았던 게 아니라면. 같았다면, 긴 외사랑이었을 이유가 없었겠죠.

잊고 난 후의 삶은 안정하고 평안하고, 지루합니다. 
그러니 아프더라도 충만했던 시간을 기억해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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