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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질 결심/인물/후기/해석] 서래의 푸른 사랑에 대해 영화는 많지만 오래 남을 영화는 별로 없다고 느끼는 요즘, 뒤늦게 우연히, 헤어질 결심을 봤다. 근래 본 영화 중 가장 인상깊고 좋았다고 느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다들 그렇게 느낀 것을, 너무 늦게 봐서 올리는 것도 무의미하지만 기록용으로나마 쓴다. 영화의 전개 한 형사가 의문에 싸인 한 남성의 사망 사건을 파헤치며 벌어지는 일들을 박찬욱 감독만의 미학으로 풀어낸 영화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속 인물들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장면들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도 역시 마찬가지다. 등장인물들이 '초록색'이라고 부르는 그 미묘한 푸른빛은 영화가 끝나고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부산에서 벌어지는 첫 번째 살인 사건과, 이포라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두 번째.. 2023. 2. 4.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임소연] 가치와 실제가 뒤섞인 현실에서 제대로 '보는 법' 민음사 탐구 시리즈 중 네 번째 책인 [신비롭지 않은 여자들]은 과학기술학자인 저자가 저술한 책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적인 시선으로 현대 과학기술과 그것이 내재한 허점을 분석한다. 진화론부터 인공지능까지, 현대 과학의 총체를 다루는 이 책을 따라 읽어가며, 우리는 새로운 시선으로 오늘날의 과학을 본다. 과학이라는 신비 '신비'라는 것이 허울 좋은 모양새를 하고는 많은 이들의 눈을 가리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무지와 방관 그 이상이 아닌 단어라는 것을 이 책은 이 한 권 동안 설명한다. 특히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이라고 믿어지는 과학이라는 것이 연구자의 눈과 손을 거쳐 얼마나 왜곡되는지, 그렇게 탄생한 우리 시대의 '과학'이 어떻게 가치와 주관과 뒤섞이는지를. 과학연구가 사회적 가치와 무관하게 수행될 수 없다.. 2023. 1. 26.
[여자들의 왕-정보라] 그동안 배제되었던 캐릭터들이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 남았음을 제목을 보고 심장이 두근대는 것이 아니라 인상이 찌푸려지는 분들께, 아마 당신은 생물학적 남성일 가능성이 높겠고, 한 가지를 묻고 싶다. 혹시 일에는 무엇보다 효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길게 늘어진 맛집 줄, 운전 실력이 미숙해 우왕좌왕하는 도로 위의 초보 운전자, 떠드느라 일처리가 늦어지는 동사무소(주민센터의 과거 이름) 직원들을 보면서 화가 나는 편이신지. 그렇다면 효율을 중요시 여길 가능성이 높은데, 어째서 비효율의 극치인 편견과 혐오의 감정에는 그토록 관대한 건지. 나는 그게 되게 우습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사회과학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굉장히 순수한 재미로 가득찬 소설집이다. 그리고 치열한 생존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 재.. 2022. 12. 2.
[여행의 이유-김영하] 잘 '여행'하는 방법 여행의 이유 길었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내가 가장 먼저 결심한 것은 여행의 이유를 읽어야겠다는 것이었다. 유명한 책과 유명한 작가라 제목도 이름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읽어야 할 어떤 이유나 계기가 없이 그저 시간이 흐르다가, 제대로 된 '나의 여행'을 마치자 문득 떠오른 것이다. 그런 책이 있었더라, 하고. 이 책에는 누구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의 여행을 개척해 본 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인생도 지구에서 우리가 벌이는 한 바탕의 여행이라는 은유에 빗대어 생각해보았을 때, 여행을 해 보지 않은 이도 그 내용들에 공감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가 지구별 여행자가 아닌가. 환대의 순환 우리가 이 낯선 행성에서 최초로 세상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아주 여리고, 유약.. 2022. 11. 29.
[이별시/사랑시/이별에 관한 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이제는 말할 수 없는, 혹은 이제야 말할 수 있는. 그렇게 오랜 이야기와 그렇게 대단한 우연들을 쌓고도 그저 흘려보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목련 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 2022. 10. 26.
[따뜻한 사랑의 책 추천] 사랑은 이상하고 사람은 모르겠어서, 그래서 읽는 책들 *제목은 사랑은 이상하고 사람은 모르겠어-이예린 의 제목을 인용했습니다. https://youtu.be/uPxrvp2DH3c 살아가다보니 사랑보다 삶에 바쁘고 사람보다 고독과 가까워지는 날들이 많았기에, 사랑하려다 상처만 받고 사랑하려다 미워만하게 되는 날들 속 위안이 되었던 책들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단절되고 미워하기보다는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으니까. 아가미 사랑했던가. 그 별난 것을. 말하지 못한 사랑은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알았다면, 말이라도 할 걸 그랬지. https://in-mybookshelf.tistory.com/20 [아가미] 삶에 숨막혀 본 이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움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살다가 보면 가끔 앞날이 없는 것처럼 막막하고 불행.. 2022. 10.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