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설2 [여자들의 왕-정보라] 그동안 배제되었던 캐릭터들이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 남았음을 제목을 보고 심장이 두근대는 것이 아니라 인상이 찌푸려지는 분들께, 아마 당신은 생물학적 남성일 가능성이 높겠고, 한 가지를 묻고 싶다. 혹시 일에는 무엇보다 효율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길게 늘어진 맛집 줄, 운전 실력이 미숙해 우왕좌왕하는 도로 위의 초보 운전자, 떠드느라 일처리가 늦어지는 동사무소(주민센터의 과거 이름) 직원들을 보면서 화가 나는 편이신지. 그렇다면 효율을 중요시 여길 가능성이 높은데, 어째서 비효율의 극치인 편견과 혐오의 감정에는 그토록 관대한 건지. 나는 그게 되게 우습고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제목과 달리 이 책은 사회과학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굉장히 순수한 재미로 가득찬 소설집이다. 그리고 치열한 생존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 재.. 2022. 12. 2.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이해하여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여 이해하는 것 이 블로그의 첫 글이 이 단편집 중 제목에 해당하는 작품만을 읽고 쓴 글이었다면, 이번에는 단편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책이 나온 역순으로, 를 읽고 김초엽 작가의 데뷔작인 을 읽은 후, 오히려 두 단편집이 가지고 있는 중심 주제와 감동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가 이해와 사랑에 관한 책이라면, 은 다름과 융화에 관한 책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등장하는 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자가 개인적, 사적인 이해였다면, 후자인 이 책은 사회적 이해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들이 아니라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어져버린 것들과 마주한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2022. 3.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