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books, poems, cinema, songs
  •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 질 때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 누구나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우울2

[짧은 글] 정신은 날카로운 것보다는 뭉근하게 무뎌진 것이 좋다. 정신은 날카로운 것보다는 뭉근하게 무뎌진 것이 좋다. 이런 글을 언젠가 썼던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오늘 흐린 공기 속에서 흐려진 머리로 세상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매 순간 벼려진 칼날처럼 예민하다가는 곧 죽겠구나. 나는 아직 죽고싶지 않았다. 행복하지 않은 순간이면 더없이 뭉근해져 그저 가벼운 안개처럼 생각하고 싶었다. 스무 살이 되고서 더 이상 삶은 매 순간 눈여겨보아야 하는 연극이 아니었다. 오히려 길고 지겨운 장편 드라마와 같았다. 모든 순간을 기억할 순 없었고,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순 없었다. 팡팡 터지는 불꽃놀이 같던 날들은 사라지고, 고작해야 사탕의 단맛이 일상의 충격의 전부인 날들을 살았다. 그런 날들을 모두 눈여겨볼 순 없었다. 적당히 눈을 감고, 적당히 외면하여, 적.. 2021. 3. 10.
[삶을 그린 시들] 허무함이 무너져버리면 피어나는 것은 그런 날 있다 백무산 생각이 아뜩해지는 날이 있다 노동에 지친 몸을 누이고서도 창에 달빛이 들어서인지 잠 못 들어 뒤척이노라니 이불 더듬듯이 살아온 날들 더듬노라니 달빛처럼 실체도 없이 아뜩해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언젠가 아침 해 다시 못 볼 저녁에 누워 살아온 날들 계량이라도 할 건가 대차대조라도 할 건가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삶이란 실체 없는 말잔치였던가 내 노동은 비를 피할 기왓장 하나도 못되고 말로 지은 집 흔적도 없고 삶이란 외로움에 쫓긴 나머지 자신의 빈 그림자 밟기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애기메꽃 홍성란 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순간 문정희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 2021. 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