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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 단편2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이해하여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여 이해하는 것 이 블로그의 첫 글이 이 단편집 중 제목에 해당하는 작품만을 읽고 쓴 글이었다면, 이번에는 단편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책이 나온 역순으로, 를 읽고 김초엽 작가의 데뷔작인 을 읽은 후, 오히려 두 단편집이 가지고 있는 중심 주제와 감동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가 이해와 사랑에 관한 책이라면, 은 다름과 융화에 관한 책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등장하는 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자가 개인적, 사적인 이해였다면, 후자인 이 책은 사회적 이해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들이 아니라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어져버린 것들과 마주한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2022. 3. 31.
[로라(방금 떠나온 세계)-김초엽]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데뷔한 김초엽 작가의 신작이다. SF라는 장르가 얼마만큼 서정적이어질 수 있나를 보여주는 것 같은 김초엽 작가의 단편들은 한층 그 색채가 깊어졌다. 아직 이 책을 읽는 중이지만, 이제껏 읽은 세 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로라'를 소개해보려 한다. '로라'는 뻔한 로맨스 소설이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자 아주 오래, 아주 깊이 노력했으나 결국 연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있어야 할 팔이 하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로라는 자신의 연인이 결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럴 때가 있었다. 로라에 대해, 로라의 삶에 대해, 로라의 감각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기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아주 일상적인 감각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2022. 3.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