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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oks, poems, cinema, songs
  • 일상이 메마르고 무디어 질 때 새로움의 포말로 무작정 달려올게
  • 누구나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슬픈 시4

[삶을 그린 시들] 허무함이 무너져버리면 피어나는 것은 그런 날 있다 백무산 생각이 아뜩해지는 날이 있다 노동에 지친 몸을 누이고서도 창에 달빛이 들어서인지 잠 못 들어 뒤척이노라니 이불 더듬듯이 살아온 날들 더듬노라니 달빛처럼 실체도 없이 아뜩해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언젠가 아침 해 다시 못 볼 저녁에 누워 살아온 날들 계량이라도 할 건가 대차대조라도 할 건가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삶이란 실체 없는 말잔치였던가 내 노동은 비를 피할 기왓장 하나도 못되고 말로 지은 집 흔적도 없고 삶이란 외로움에 쫓긴 나머지 자신의 빈 그림자 밟기 살았던가 내가 살긴 살았던가 애기메꽃 홍성란 한때 세상은 날 위해 도는 줄 알았지 날 위해 돌돌 감아오르는 줄 알았지 들길에 쪼그려 앉은 분홍치마 계집애 순간 문정희 찰랑이는 햇살처럼 사랑은 늘 곁에 있었지만 나는 .. 2021. 3. 2.
[짝사랑 시 모음] 길고 긴 외길을 걷는 그대에게 슬픈 외사랑을 진행중인 모든 분들께, 이 시들을 드립니다. 위안은 되지 못해도 한 번 시원하게 우시기를.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유안진 내 청춘의 가지 끝에 나부끼는 그리움을 모아 태우면 어떤 냄새가 날까 바람이 할퀴고 간 사막처럼 침묵하는 내 가슴은 낡은 거문고 줄 같은 그대 그리움이 오늘도 이별의 옷자락에 얼룩지는데 애정의 그물로도 가둘 수 없었던 사람아 때없이 밀려오는 이별을 이렇듯 앞에 놓고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를 안을 수 있나 내가 얼마나 더 외로워져야 그대 사랑을 내 것이라 할 수 있나 이런시 이상 내 한 평생(平生)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차례에 못 올 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다.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일부) 너를 기다리는 동안 황지.. 2020. 9. 28.
[시 구절 모음] 흐리게 아린 문장들 사무치는 것은 봄으로 온다 너는 그렇게만 알아라 _이병률, 음력 삼월의 눈 가끔 네 꿈을 꾼다 전에는 꿈이라도 꿈인 줄 모르겠더니 이제는 너를 보면 아, 꿈이로구나 알아챈다 _황인숙, 꿈 네가 어디서 몇 만번의 생을 살았든 어디서 왔는지도 묻지 않을게 _신지혜, 천년동안 고백하다 낯선 그대와 만날 때 그대와 나는 왜 숲이 아닌가_정희성, 숲 전화기를 끄고 숨을 참는다 때를 놓친 사랑은 재난일 뿐이다_전윤호, 수몰지구 그 사막에서 그는 너무도 외로워 때로는 뒷걸음질로 걸었다 자기 앞에 찍힌 발자국을 보려고 _오르텅스 블루, 사막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메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_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사람이 새와 함께 하는 법은 새장에 새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당에 .. 2020. 9. 21.
[자화상] 제목이 같은 시 5편 자화상 :자기가 그린 자기의 초상화 자화상 오세영 전신이 검은 까마귀, 까마귀는 까치와 다르다 마른 가지 끝에 높이 앉아 먼 설원을 굽어보는 저 형형한 눈, 고독한 이마 그리고 날카로운 부리. 얼어붙은 지상에는 그 어디에도 낟알 한 톨 보이지 않지만 그대 차라리 눈밭을 뒤지다 굶어죽을지언정 결코 까치처럼 인가人家의 안마당을 넘보진 않는다. 검을 테면 철저하게 검어라. 단 한 개의 깃털도 남기지 말고...... 겨울 되자 온 세상 수북이 눈을 내려 저마다 하얗게 하얗게 분장하지만 나는 빈 가지 끝에 홀로 앉아 말없이 먼 지평선을 응시하는 한 마리 검은 까마귀가 되리라. 자화상 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 2020. 9.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