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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시 모음집24

당신은 한번도 당신을 벗어난 적이 없군요 [구름/무위/햇볕/위로 시 모음] 무위 : 아무 것도 되지 못 하거나 이루지 못 함. 무위한 삶에 대하여. 구름의 망명지 이대흠 고향을 적을 수 있다면 당신은 구름의 망명지로 갈 수가 없습니다 구름의 거처에는 주소지가 없으니까요 구름에겐 이력서도 없습니다 기록하는 것은 구름의 일이 아닙니다 구름은 언제든 자기로부터 벗어납니다 당신은 한번도 당신을 벗어난 적이 없군요 구름이 되려면 머무르지 마십시오 아무리 아픈 곳, 아무리 아름다운 곳이라도 지나쳐야 합니다 뜨거움과 차가움도 당신의 이름이 아닙니다 여기가 아니라 저기가 집입니다 주어가 사라진 문장처럼 가벼워져야 합니다 있다와 하다의 사이를 지나 구름의 망명지로 갑시다 죽은 별이 자신의 궤도를 내려놓는 곳입니다 그곳에서는 당신의 안전이 당신을 해치지 못할 것입니다 공기처럼 당신은 당신을 벗을.. 2023. 6. 14.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 [사랑 시 모음] 제목-황학주 시집 중 https://in-mybookshelf.tistory.com/26 [삶/사랑 관련 시 모음] 사랑하며 사노라면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 in-mybookshelf.tistory.com 심야식당 / 박소란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랫동안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 하는 집이 한 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 2023. 4. 24.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최유수 어떤 밤 최유수 잠에 들기 위해 누워서 눈을 감고 있다보면, 나는 결국 완전히 혼자이고 덩그러니 고립된 존재라는 느낌이 엄습할 때가 있다. 겉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실은 그 누구와도 영영 연결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 서로의 주위에 머무르며 꾸준히 온기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단절감이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처럼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도 모두 나처럼 고립된 존재일 뿐이므로, 감정이 오직 본인의 소유인 한 우리는 완전히 혼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 느낌이 유독 강렬한 밤이 있다. 내 안의 고독이 나를 문초하는 밤. 어떤 위로로도 상쇄시킬 수 없는 타성의 시간. 고요한 밤의 산맥 어딘가에서, 다가올 새벽을 기다린다. 단어들 최유수 사랑.. 2023. 2. 10.
[이별시/사랑시/이별에 관한 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이제는 말할 수 없는, 혹은 이제야 말할 수 있는. 그렇게 오랜 이야기와 그렇게 대단한 우연들을 쌓고도 그저 흘려보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목련 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 2022. 10. 26.
[짧은 시 모음집5] 바야흐로, 햇빛 아래 타들어가는 청춘 청춘의 모양이 하나라면 청춘은 그 아무도 아닐 것이다. 제각각 다른 고민과 고통을 품고 있어라야 청춘은 비로소 청춘이 된다. 그리하여 바야흐로, 햇빛아래 타들어가는 청춘. 이룰 수 없는 꿈들과 아득히 먼 평온과 코앞의 걱정과 권태들. 그러나 그 아픔 속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나날들. 그리하여 청춘은 청춘이 되었다. _seolma. https://in-mybookshelf.tistory.com/97?category=905469 [짧은 시 모음집4] 만물은 모두 이런 정에서 산다 우린 모두 다른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불행을 걸으며 살아가잖아요. 외면하기엔 너무 커버린 불행과, 그럼에도 살아나가는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나 살았는 in-mybookshelf.tistory.com.. 2021. 5. 8.
[짧은 시 모음집4] 만물은 모두 이런 정에서 산다 우린 모두 다른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모두 같은 고민을 하고 같은 불행을 걸으며 살아가잖아요. 외면하기엔 너무 커버린 불행과, 그럼에도 살아나가는 우리가 어떻게 이렇게나 살았는지. 그럴 때마다 우리를 잡아주던 것들, 너의 손, 누군가의 말, 내가 품은 희망 같은 것들을. https://in-mybookshelf.tistory.com/92?category=905469 [짧은 시 모음집3] 울리며 부서지는 짧은 삶이여, https://in-mybookshelf.tistory.com/90?category=905469 [짧은 시 모음집2] 사랑을 풀어 적을 수 없어서 https://in-mybookshelf.tistory.com/39?category=905469 [짧은 시 모음집] 10편의 짧은 시 모.. 2021. 3.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