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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시 모음집

[꽃 시 모음집] 나도 꽃송이 되고, 너도 꽃송이 되면

by seolma 2020.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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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사랑 관련 시 모음] 사랑하며 사노라면

즐거운 편지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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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들판으로 달려가자'의 가사(선용 작사) 일부가 인용되었습니다

 

 

  나비를 꼬이기 위하여 가장 곱고 가장 화려한 향기로 피어나는 꽃은 일년 중 가장 따스하고 청량한 계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입학식날, 졸업식날, 특별하게 기쁜 날이나 누군가를 추모해야 하는 날, 꽃에는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 꽃은 그 자체로 힘겨운 생을 버텨낸 결실이며, 진창에 발을 담그고도 꼿꼿하게 서 있는 의지를 나타낸다. 꽃 한 송이를 피워내는데에 있어, 얼마나 많은 비와 영양분이 필요했을 것인가. 

  사람은 그런 꽃에 자신을 비춰본다. 수많은 꽃송이들 중 어느 꽃을 사랑할지, 어느 꽃에 자신을 빗댈지 시인들도 고민했을 것이다. 진창에 발을 담구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꽃은 그 자체로 실존하는 환상이다. 아름다운 꿈이다.

 

 

봉숭아

               이해인

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너만 생각했다

이별도 간절한 기도임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잊어야 할까

내가 너의 마음 진하게
물들일 수 있다면
네 혼에 불을 놓는
꽃잎일 수 있다면

나는
숨어서도 눈부시게
행복한 거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걸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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