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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영화

[영화 불한당]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단 하나의 이유로

by seolma 2020.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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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불한당

   비싼 양복을 차려입고 총을 든 남자 둘이 등장하는 영화. 느와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봐도 나쁘지 않을 영화고, 느와르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첫 느와르로 봐도 괜찮을 영화. '불한당'이다. 

 


 

 

 

 

  이 영화의 장면들은 주황빛이나 푸른빛이다. 한낮의 교도소는 온통 햇빛으로 가득한 주황색, 현수와 재호가 소중한 것을 잃게 되는 순간들은 처연한 푸른색, 하나의 목표를 위해 계획하는 폐건물은 주황색,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는 비 내리는 날은 푸른색. 이 두 색깔은 오묘하게 섞여가며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룬다.

  행복한 모든 순간들은 주황색이고, 비극적인 모든 순간들은 푸른색이라고 명쾌하게 말할 수 있다면 이 영화가 조금은 덜 슬플지 모르겠다. 하지만 매 순간, 두 가지 색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찬란하게 행복했던 순간은 실은 불행이었고, 가장 절망하던 순간은 되려 아름답게 기억된다.

 

  그게 이 영화의 아름다움이다. 서로 보색(색상 대비를 이루는 한 쌍의 색상)인 두 색은 얽히는 상황과 감정을 무엇보다 완벽하게 나타내준다. 

 


 

 

  누군가 이 영화를 두고 이런 말을 했던 것 같다. "사랑하지 않았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라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이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 영화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모든 일들은, 전부 사랑이라는 이유 하나로 시작되므로. 하지만 이 영화는 느와르다. 사건의 원인은 사랑일지 몰라도, 주인공인 재호와 현수는 결코 잔잔하고 평화로운 멜로 영화를 찍고 있지 않다. 이들은 더 높이 올라가기 위해 총과 칼을 휘두르고, 서슴없이 남들을 배신하며, 소중한 것들을 버리거나, 혹은 빼앗긴다. 수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섥혀 선과 악은 순간 모호해진다. 부제목처럼 '나쁜 놈들의 세상'임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들을 응원하게 된다.

 

  그래서 과연 이 느와르 영화에서 사랑이 얼마나 큰 비중을 가지고 있냐면, 답은 잘 모르겠다. 누군가는 영화 속에 사랑이 존재함을 깨닫지 못한 채로 엔딩 크레딧을 마주할테고, 누군가는 선연하게 드러나는 사랑의 증거들에 안타까워할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상황들을 타고 올라가다보면 결국 남는 것은 명확하다. 설명할 수 없고,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단 하나의 이유. 그 이유가 사랑임을 깨닫고 나면 이 영화가 느와르임은 사소해진다. 그들이 폐건물에서 총을 들고 했던 싸움이 결코 평범한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연인들의 말싸움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뤄지지 못하는 처연한 사랑 이야기와 이뤄지지 못하는 처절한 느와르는 그 성격이 닮아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이 영화에서 두 갈래의 이야기가 성공적으로 어우러졌는지도 모른다. 주황빛과 푸른빛, 사랑과 느와르 사이의 그 어딘가에, 불한당이 있다. 처연하고 처절한 색의 불한당이.

 

 

 

불한당을 재밌게 봤는데 아직 이 노래를 모른다면>>파아란_안예은: https://www.youtube.com/watch?v=Q97zByOS-V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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