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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책

[제인 에어-샬럿 브론테] 양판 로맨스 소설의 원조

by seolma 202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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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단종인 듯한 버전

 

요즘은 민음사에서 파는 듯 하다

 

로판이 유행하는 요즘, 로판의 원조격인 소설인 제인 에어를 다시금 읽어봤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 책은 제인 에어라는 고아 소녀가 구박받던 어린 시절과 불우한 기숙학교에서의 생활을 거쳐 로체스터라는 한 귀족 남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말하면 흔한 로판 설정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제인 에어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미형과는 거리가 멀고 숭고한 인격이나 완벽한 해피엔딩 따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제인 에어는 사랑받지 못할 외모와 성격으로 인해 자신의 유년기가 꼬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삐쩍 마르고 얼굴은 창백해서, 사랑스럽거나 애교가 많은 성격은커녕 쉽게 울컥하는 기질을 가졌다. 고아로 친척 집에 맡겨졌으나 그곳의 어른들은 제인 에어를 결코 사랑하지 않았고, 어린 아이는 그것이 전부 자신의 탓인 줄 알았다. 미운 아이든 예쁜 아이든 모두 태어난 이상 부모에게 사랑받아야 마땅하다는 현대의 가르침과 달리, 당시는 부모의 말에 복종하는 것이 전부였고 특히 우생학이 태동하던 시절의 영국에서는 아름답지 못한 외모를 죄악으로 여겼다. 제인 에어는 그래서 사랑과 인정에 목마른 채로 자랐다. 다행히도, 한 의사의 도움으로 집과 멀리 떨어진 기숙학교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제대로 된 우정과 동경, 인정과 교양을 배운다. 처음 몇 년간은 원장의 지독한 사상과 과도한 절약(자선금 빼돌리기)로 성장기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영양은 커녕 난방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곳에서 잠을 잤지만, 전염병이 크게 돌며 그곳의 온상이 밝혀진 후에는 보다 제대로 된 기숙학교가 되었다. 그렇게 그곳에서 성인이 되고 선생님으로서의 삶을 보내다, 문득 갑갑한 삶이 지루해진 주인공은 스스로 가정교사 공고를 내고 멀리 떨어진 손필드 저택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로체스터 씨를 만나고, 사랑 이야기라고 단순하게 부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일들을 겪는다. 

 

 

로체스터가 35살이고 제인 에어가 18살이라는 걸 제외하면 볼 만한 이야기이다. 그들이 마침내 맞이한 것이 얼핏 보기에는 최악의 엔딩인 듯 보여도, 둘은 만족한다는 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그러니 어리지만 현명한 제인이 내린 결정을 그저 응원하는 수밖에. 

어릴 때 읽을 때에는 둘의 절절한 사랑이 아름답다고만 생각했는데, 이제 보면 어린 제인이 안타깝기도, 어쨌거나 원하는 바를 이루어내는 것이 멋있기도 하다. 남들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므로.

 

 

로맨스 소설과 드라마들(구글 이미지 검색)

 

 

사회의 시선에 굴하지 않는 사랑, 예전에는 그런 것이 미덕으로 여겨졌던 것 같은데. 요즘의 아이들이 접하는 로맨스 이야기가 대부분 외모지상주의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아쉬운 부분이다. 

심심한 날 이 책을 읽으며, 사회적으로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가치들이 얼마나 쉽게 변하는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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