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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후기/해석]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오답이다.

by seolma 2023.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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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한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 말을 번복할 정도로 대단한 이번 개봉작. 최고치에 달한 기대치와 호응에 비해 난해하고 불친절하다는 평을 많이 받는듯 하다. 

개봉 이틀 차에 극장으로 달려가 보고 온 후기 및 해석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먼저 영화의 작화와 연출 부분에서는 크게 흠 잡을 부분이 없다. 지브리 영화를 좋아하던 팬들이라면 이미 예고편에서부터 많은 데자뷰를 느꼈을 것 같다. 영화를 보면서도 장면 장면마다 미야자키 감독의 전작들이 떠오른다. 몽글몽글한 그림체와 색감은 많은 부분 비슷하나, 사실 이 영화는 센과 치히로나 포뇨와는 결이 다르다고 평가받는 붉은 돼지나 나우시카 같은 작품보다도 비정한 편이다. 

작품의 배경은 1930년대의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일본이다. 군수품 공장을 운영하는 부유한 아버지를 둔 주인공조차 완전히 전쟁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그 전쟁의 제대로 된 피해자인 우리로서는 그 정도는 기가 막히지만)

주인공은 사건에 휘말리며 신비한 공간인 탑 안으로 이끌려 들어간다. 그곳에서 주인공은 모험을 하며, 성장한다. 

모험의 끝에서 주인공은 제안을 받는다. 이 세계에 남아 완전무결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할 것인지, 혹은 전쟁이 한창이며 결핍과 불행이 팽배한 원래 세계로 돌아갈 것인지를. 

주인공은 선택을 하고, 영화는 곧장 끝나버린다. 

 

우리의 기대와 달리, 영화는 어떻게 살으라고 말해주지 않는다. 

 

 

 

아래의 해석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시고 보시면 더욱 풍부하게 영화를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탑 안의 세계는 휘황찬란하다. 아름답다면 아름답고, 복잡하다면 복잡하며, 다채로운 색깔과 다 알지 못할 신비함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영화는 의외로 그 세계를 집중적으로 조명하지 않는다. 우리가 전부 이해하고 익숙해지기 전에, 세계는 끝나버린다. 

찝찝함과 의문을 갖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어쩌면 그것이 작가의 의도였겠다는 생각을 했다. 

 

주인공은 그 낯선 세계를 떠돌며 도움도 받고 감탄도 하지만, 여전히 계속해서 외지인인 채로 머문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 역시 그 세계에 정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 그 세계는 주인공과 우리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오래되고, 낡은, 큰할아버지의 세계다. 아주 오래되고, 이미 악의와 오만에 물들어서, 되살아날 기회조차 스스로 저버리고 만. 

  심지어는 세계의 주인조차, 파멸하는 세계의 끝에서 절망하지 않는다. 그는 너무 오래, 스스로의 오만을 직면해왔다. 악의없는 세계를 건설하여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그 오만. 이 모든 불행과 비극의 시작에서, 그는 자신에게 부재했던 것이 다름 아닌 순수함과 진실을 보는 눈이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 결론은 한 명을 향한다. 

  마히토(진정한 인간).

그러나 마히토는 그가 오랜 시간 내린 유일한 해답이 되는 것을 거부하며, 제 발로 그 세계를 박차고 나선다. 무너져내리는 세계를 뒤로 하고, 주인공이 향하는 곳은 전쟁 중인 원래의 세계다. 

 

결국 영화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으라고 말해주지는 않는다. 다만 실패한 이들을 보여준다.

처음부터 시작하면 악의없는 세계가 건국될 것이라는 오만.(큰할아버지)
마음은 들여다보지 못하고 돈과 권위로만 문제를 해결하려 드는 무지.(아버지)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도망치려는 비겁.(이모)

그리고 그 모든 어른들의 폐단을 딛고 결코 그것을 반복하지 않으려 단호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마히토의 걸음을 보여준다. 죽음이 있을 것을 알면서도 사랑하는 인생의 의미를 위해 되돌아가는 히미의 걸음도. 그 둘 만이 불바다가 될 세계의 융일한 희망이다. 

 

영화가 보여주는 가지각색의 틀린 예시들을 보며, 이제 생각은 우리의 몫이다. 

영화가 주는 선택지들 중에 고를 수도 있고, 우리의 세계에 맞는 우리의 선택을 할 수도 있겠다. 

 

 

그대는 어떻게 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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