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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당신이 실로 스스로의 자만심만큼 엄청난 사람이기 때문에

by seolma 2024.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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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우리는 모두 스스로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적어도 십대 때까지는 그렇게 믿으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성적표를 받고, 사회에 나오고, 남들이 이뤄놓은 성과와 이루는 성과를 보면서 깨닫는다. 우리는 실로 별볼일 없고,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고, 저들보다 훨씬 뒤떨어지는 존재들이라는 걸.

그러나 J.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그 사실에서 벗어난 존재다. 그는 당대의 천재였고, 역사에 남을 만한 두뇌와 실행력을 가졌다.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주어진 것들을 최대한으로 이용하여 최대의 성과를 냈다. 

자신의 자만심만큼 대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어떤 일일까? 쉬이 상상이 가지 않으면서도, 어쩌면 모두가 내밀히 욕망하고 있는 일일 것이다. 

 

이 영화의 주제가 '현실에의 과학의 적용'이나, '과학의 윤리적 고찰'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이 영화의 주제를 한 단어로 말하자면 'Fission'이다. 핵폭탄을 개발시킨 핵분열, 오펜하이머의 정체성과도 같은 존재의 분열.

그의 삶은 끝없는 갈등이다. 실험과 이론 사이의 갈등, 진과 키티 사이의 갈등, 윤리와 승리 사이의 갈등, 과학과 정치 사이의 갈등, 동료와 애국 사이의 갈등, 등등. 

그는 그 자신으로서도 끝없이 분열하는데, 마침내 핵분열로써 핵폭탄 개발을 이뤄낸 그의 삶과 퍽 닮았다는 것이, 아마 감독의 논지였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말 없이도, 킬리언 머피의 표정과 눈동자, 말투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던 영화였다. 

물리학과 뉴멕시코가 합쳐지면 완벽하게 행복할 거라던 오펜하이머는 과연 그러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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