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어쩌면 아무 것도 정당화하지 못한다. 하지만 행동은 우리를 구원해준다.
...
오직, 전진하는 시간만이 중요하다.
이 책은 세계 최초로 야간비행을 시도하는 책임자 리비에르와, 그의 밑에서 실제로 목숨을 걸고 야간비행을 해내는 비행사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리비에르는 모두가 반대하는 야간비행을 유일하게 지지하는 사람으로, 인간적인 교류와 칭찬보다는 깐깐한 감독과 날카로운 지적이 비행사들의 무사귀환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 사람이다.
'까다롭게 굴면 사고가 줄어든다'
그는 그렇게 외로이 이 일을 진행해왔고, 자신의 명령에 따라 육지를 떠나 위험천만한 하늘로 날아가는 비행사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자신의 일에 확신과 애정을 가지고 일한다.
다리를 이용할 그 어떤 농부도 인근의 다른 다리로 돌아가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 이렇게 처참하게 한 사람의 얼굴을 짓이겨도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리들은 세워진다. 기술자는 덧붙여 말했다.
'전체의 이익은 개개인의 이익이 모여 이루어지죠. 하지만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당화하지 않아요.'
한참 후, 리비에르가 대답했다.
'그러나 인간의 생명을 값으로 따질 수 없다 해도, 우리는 언제나 인간의 생명을 넘어서는 가치있는 뭔가가 있는 것처럼 행동하지요. 그렇다면 그건 도대체 무엇일까요?'
그러면서도 리비에르는 순간 순간마다 갈등한다. 자신이 야간비행을 추진하지 않았더라면 모든 비행사들은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위험천만한 비행 대신 따스한 집에서 가족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았을까. 무슨 명목으로, 자신은 이들을 사지로 내모는 것일까? 그러나 리비에르는 자신이 이 일을 그만둘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영원한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 모래 위에 피라미드를 세운 고대의 왕들처럼, 리비에르는 죽음에 연민을 느끼면서도, 더 거대한 죽음, 그러니까 완전한 잊혀짐을 피하기 위해 이토록 열정적으로 야간비행을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는 영원한 것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어떤 행위나 사물이 갑자기 의미를 상실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애쓰는 것이다. 그 순간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공허함이 드러나지 않도록.'
그리고 비행사들, 그들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들은 전전긍긍한 리비에르의 모습을 비웃으며 말한다. 저자는 마치 우리가 야간비행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굴고 있다고. 비행사에게는 가족과, 집과, 따뜻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지만, 그들의 삶은 오로지 캄캄한 밤 무선통신에 의지하여 비행하는 밤하늘에 있었다. 오직 비행하는 순간과 그들이 가져올 새로운 전보들만이 중요했다.
파타코니아선 비행기를 운행하는 파비앵은 어두운 밤을 비행하며, 가정집의 작은 불빛이 그들 자신은 깨닫지 못하겠지만 자신에게는 얼마나 큰 위안이 되는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 마을에서 그들이 내는 불빛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파비앵은 고요한 밤을 비행했다.
인간은 일단 결정하고 나면 삶이 만들어내는 우연에 만족하며 그곳을 사랑하는 법이니까. 그것은 사랑처럼 우리를 가두어 놓는다. 파비앵은 이 마을에서 장구한 세월을 살면서 이곳의 영원함에 대한 한 조각이 되고 싶었다.
'왜냐하면 여태껏 그가 한 시간씩 머물렀던 작은 마을들과 그가 지나온 낡은 담장의 정원들이 그와는 전혀 관계없이 영원할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파비앵도 그 순간만큼은 정지된 순간의 영원함에 머무르고 싶었던 것이다. 어두운 밤 예기치 못한 폭풍우에 휘말린 파비앵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구름속을 헤치고 가다 무언가에 홀리듯 저 위의 별을 향해 날아간다. 유일하게 빛을 뿜어내는 물체를 향하여.
그리고 리비에르는 피타고니아선 비행기의 최대 비행 가능시간이 끝났음을 듣는다. 저 밤하늘 위의 비행기는 더 이상 날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리비에르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다음 비행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목적을 이뤄 나가는 것이다.
'인생에는 해결책이 없어. 다만 추진력이 있는 거야. 그저 계속해서 나아갈 뿐이야. 그러면 해결책은 뒤따라오는 법이네.'
야간비행_백예린: youtu.be/FIsCYzu_1Gc
'books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신은 죽었다 그리고 인간의 삶이 남았다 (0) | 2020.07.22 |
---|---|
[아가미] 삶에 숨막혀 본 이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움 (0) | 2020.07.15 |
[모모] 서두르고 서둘러서 아낀 시간들은 어디로 갈까 (0) | 2020.07.10 |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현대미술이 미술같지 않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0) | 2020.07.06 |
[모모] 책 속의 문장들: 모모와 베포 (0) | 2020.07.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