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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신춘문예에서 등단한 두 편의 시가 좋길래 가져왔습니다. 두 번째 시는 일부만 발췌했습니다.
침투
차유오
물속에 잠겨 있을 때는 숨만 생각한다
커다란 바위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손바닥으로 물이 들어온다
나는 서서히 빠져나가는 물의 모양을
떠올리고
볼 수 없는 사람의 손바닥을 잡게 된다
물결은 아이의 울음처럼 퍼져나간다
내가 가지 못한 곳까지 흘러가면서
하얀 파동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 하고
나는 떠오르는 기포가 되어
물 위로 올라간다
숨을 버리고 나면
가빠지는 호흡이 생겨난다
무거워진 공기는 온몸에 달라붙다가
흩어져버린다
물속은 울어도 들키지 않는 곳
슬프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지워준다
계속해서 투명해지는 기억들
이곳에는 내가 잠길 수 있을 만큼의 물이 있다
버린 숨이 입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사라져가는 모든 것은 비유다
망할 것이다
_너무 작은 숫자, 성다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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