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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시/사랑시/이별에 관한 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이제는 말할 수 없는, 혹은 이제야 말할 수 있는. 그렇게 오랜 이야기와 그렇게 대단한 우연들을 쌓고도 그저 흘려보내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목련 후기 복효근 목련꽃 지는 모습 지저분하다고 말하지 말라 순백의 눈도 녹으면 질척거리는 것을 지는 모습까지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그대를 향한 사랑의 끝이 피는 꽃처럼 아름답기를 바라는가 지는 동백처럼 일순간에 져버리는 순교를 바라는가 아무래도 그렇게는 돌아서지 못 하겠다 구름에 달처럼은 가지 말라 청춘이여 돌아보라 사람아 없었으면 더욱 좋았을 기억의 비늘들이 타다 남은 편지처럼 날린대서 미친 사랑의 증거가 저리 남았대서 두려운가 사랑했으므로 사랑해버렸으므로 그대를 향해 뿜었던 분수 같은 열정이 피딱지처럼 엉켜서 상처로 기억되는 그런 사랑일지라도 낫지 않고 싶어라 이.. 2022. 10. 26.
[따뜻한 사랑의 책 추천] 사랑은 이상하고 사람은 모르겠어서, 그래서 읽는 책들 *제목은 사랑은 이상하고 사람은 모르겠어-이예린 의 제목을 인용했습니다. https://youtu.be/uPxrvp2DH3c 살아가다보니 사랑보다 삶에 바쁘고 사람보다 고독과 가까워지는 날들이 많았기에, 사랑하려다 상처만 받고 사랑하려다 미워만하게 되는 날들 속 위안이 되었던 책들을 나눠보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단절되고 미워하기보다는 사랑받고 사랑하고 싶으니까. 아가미 사랑했던가. 그 별난 것을. 말하지 못한 사랑은 더 오래 남는다는 걸 알았다면, 말이라도 할 걸 그랬지. https://in-mybookshelf.tistory.com/20 [아가미] 삶에 숨막혀 본 이만이 알 수 있는 아름다움 어쩌면 세상은 그 자체로 바닥없는 물이기도 하고 살다가 보면 가끔 앞날이 없는 것처럼 막막하고 불행.. 2022. 10. 21.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우리는 경쟁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우리 종은 독재자가 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37 적자생존, 약육강식. 네가 약하니까 진 거야, 강한 자가 이기는 거야. 신체적 우위는, 힘의 강함은, 극복할 수 없고 넘어설 수 없고 세지 않으면 뺏기는 게 당연한 거야. 남성 중심의 소설이나 웹툰, 영화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실'인 척 하던 거짓말들. 이 책은 끈질기고 느리게, 친인간적이고도 과학적으로, 그 모든 사실들을 반박한다. 우리는 전부 짓밟고 혼자 살아남으며 진화하지 않았다. 무리를 이루고, 무리 내의 협력과 친밀감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도록 진화했다. 그것이 우리의 생존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2022. 10. 17.
[스노볼 드라이브-조예은] 지지부진하고 느리게 멸망하는 오늘의 세상에게 같은 작가의 단편집 https://in-mybookshelf.tistory.com/130 [트로피컬 나이트-조예은] 싱싱한 책 한 권 베어물기 이토록 촌스러운 제목과 이토록 미적인 표지. 둘 중 하나라도 모자랐다면 집어들지 않았을, 소설이라기보다는 다이소에서 파는 레트로 PVC 다이어리 같은 외관의 책이었다. 책에 싸구려라는 말 in-mybookshelf.tistory.com 동일한 작가의 단편집, '트로피컬 나이트'가 내게 실망을 안겨줬다면, 장편인 '스노볼 드라이브'는 또다시 기대를 하게 될 만큼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그다지 어렵지는 않지만 충분히 참신하고 흥미로운 소재, '녹지 않는 눈'으로 꽤나 재미있는 전개를 해 냈다. 누군가 지구를 통채로 박제해버릴 심산인 듯 했다. -스노볼 드라이브, 36p.. 2022. 10. 14.
[트로피컬 나이트-조예은] 싱싱한 책 한 권 베어물기 이토록 촌스러운 제목과 이토록 미적인 표지. 둘 중 하나라도 모자랐다면 집어들지 않았을, 소설이라기보다는 다이소에서 파는 레트로 PVC 다이어리 같은 외관의 책이었다. 책에 싸구려라는 말을 붙이니 모욕같지만, 어떤 예술들은 '싸구려' 감성을 내뿜고 그래서 좋은 것들이 있다. 그런 기대를 가지고 책을 폈다. 조예은이라는 신인 작가는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소설 좋아한다는 각기 다른 두 친구가 추천한 책 두 권이 공교롭게도 조예은이었어서, 그 이름만큼은 무의식에 남아 있었다. '칵테일, 좀비, 러브'라는 제목이 어디 잊히기 쉬운 제목인가. 그 책은 몇 장 넘겨보고는 더 이상 읽지 않았다. 좀비물은 내가 사랑하는 장르다. 그러나 나는 개인의 일이 되어버린 좀비물은 좋아하지 않는다. 냄새나고 구질구질 하게 느껴.. 2022. 10. 10.
[제인 에어-샬럿 브론테] 양판 로맨스 소설의 원조 로판이 유행하는 요즘, 로판의 원조격인 소설인 제인 에어를 다시금 읽어봤다. 간략히 소개하자면 이 책은 제인 에어라는 고아 소녀가 구박받던 어린 시절과 불우한 기숙학교에서의 생활을 거쳐 로체스터라는 한 귀족 남성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이다. 이렇게 말하면 흔한 로판 설정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제인 에어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미형과는 거리가 멀고 숭고한 인격이나 완벽한 해피엔딩 따위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제인 에어는 사랑받지 못할 외모와 성격으로 인해 자신의 유년기가 꼬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삐쩍 마르고 얼굴은 창백해서, 사랑스럽거나 애교가 많은 성격은커녕 쉽게 울컥하는 기질을 가졌다. 고아로 친척 집에 맡겨졌으나 그곳의 어른들은 제인 에어를 결코 사랑하지 않.. 2022.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