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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우리는 경쟁하기 위해 태어나지 않았다.

by seolma 202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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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우리 종은 독재자가 되도록 진화하지 않았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37

 

 

  적자생존, 약육강식. 네가 약하니까 진 거야, 강한 자가 이기는 거야. 신체적 우위는, 힘의 강함은, 극복할 수 없고 넘어설 수 없고 세지 않으면 뺏기는 게 당연한 거야. 남성 중심의 소설이나 웹툰, 영화에서 우리가 흔히 접하는 '사실'인 척 하던 거짓말들. 이 책은 끈질기고 느리게, 친인간적이고도 과학적으로, 그 모든 사실들을 반박한다. 

  우리는 전부 짓밟고 혼자 살아남으며 진화하지 않았다. 무리를 이루고, 무리 내의 협력과 친밀감을 무엇보다 중요시하도록 진화했다. 그것이 우리의 생존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함을. 그것이 우리 종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숨은 비결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300

 

 

우리는 모르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살아가지만, 그들을 그냥 참고 견뎌주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서로를 돕는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159

 

  지하철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넘어지면 손을 뻗어 돕는다. 만나보지도 못한 이들을 위해 돈을 기부한다. 이 이타적인 행위들은, 인류의 역사에서 온데간데 없이 느닷없이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인류 뿐 아니라, 실제로 자연계에서 이타적인 다정함이란 꽤나 필수적인 생존 전력이다. 

 

지구상에서 가장 다정하다는 평가를 듣는 보노보노

 

 

다정함은 일련의 의도적 혹은 비의도적 협력, 또는 타인에 대한 긍정적인 행동으로 대략 정의할 수 있는데, 다정함이 자연에 그렇게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속성이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0

 

 

  엄청난 위안이었다. 힘의 우위와 진화적 성공이 무관하며 자연계에서도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그 동안 너무 피상적으로 보이는 것, 아니, 보고싶은 것만 보며 진리가 없는 자연계에 우리만의 진리를 강요하고 있던 것은 아닌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가장 강한 인간이 아니라, 가장 잘 협력할 수 있는 인간이 살아남았다. 우리는 이제껏 그래왔다. 

 

감정은 우리의 가슴에, 육감에, 손끝에 있다고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우리의 생각에 있으며 대개는 타인의 생각에 대한 나의 추측과 추론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42

 

과학은 이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눈을 가리고 있던 무지의 베일을 벗겨주는 역할. 강자, 독식, 경쟁, 우위 같은 단어들에 눈이 가리고 귀가 막혀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던 '진짜' 사실들을 우리 눈 앞에 내보여주는 역할.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내가 올해 읽은 책 중 가장 성공적인 과학책이다. 

 

 

우리는 큰 규모의 집단 안에서 협력하며 살아갈 때 가장 창조적이고 생산적인 종이다. (...) 건강한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려움 없이 서로를 만날 수 있고 무례하지 않게 반대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자신과 하나도 닮지 않은 사람들과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공간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284

 

 

  그리고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제노사이드와 같은 현재 사회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차별과 편견, 폭력 문제에 대해 저자는 유일한 해답은 '우정'이라고 답한다. 어린 시절 흑백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마을에서 자란 사람은 인종차별에 보다 적극적으로 반대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란다고 한다. "노출이 관용을 창조한다"(마이 응우옌, 도시계획가). 우리의 관용은 어린시절의 경험과 지속적인 교류로 자라난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에 더 많은 평화를 일궈내고 싶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부터 바꾸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생각하며, 올해 가장 유익하고 따뜻했던 과학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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