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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책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읽어본 책 중 가장 슬픈 책

by seolma 2021.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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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

 

  이름이 없는 아이가 있다. 보통 이름이란 부모가 가장 정성 들여 짓는 것이다. 남들 다 있는 흔한 이름조차 제대로 없는 아이는 자신에게 사랑은커녕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를 가짜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열한 살짜리 아이는 가시가 돋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이름이 없는 이 소녀가 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소녀는 늘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지만, 솔직하진 못하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그대로 직면했다가는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워 혼자 죽어버릴까봐. 사랑받기만 해도 모자랄 시간들을 그냥 홀로 커버린 아이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일을 겪지만, 정작 단 한 번도 자신의 부모가 될 만한 사람은 찾지 못한다. 

 

 

  이 소녀만큼이나 책은 뾰족뾰족하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그 크고작은 가시에 찔려 운다. 가시의 크기는 제각각이나 모두 똑같이 아프다. 아이가 만난 어른들이 그 크기는 다르나 모두 같은 아픔의 실망을 아이에게 안겨준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며 아이가 무사히 자라 보통의 어른이 되어 남들과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난 잘 모르겠다. 아이의 삶은 우리가 쉽게 던지는 무자비한 말보다는 질겼으나 결국 끝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자수성가며 권선징악이며 업보라든가 그런 모든 말들은 아이의 삶에는 전혀 적용되지 않는 말이었다. 아이는 버려진 폐가와 같았다. 사회의 모두가 기여해 만들어냈으나 아무도 돌아보지는 않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그래서 계속해서 망가져만 가는. 가끔 비슷하게 버려진 이들이 아이를 잠시 돌보다 가지만, 결국 그들 역시 더 큰 버려짐 앞에 아이를 놓는다. 

  아이는 이내 지쳐 엄마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포기한다. 그때쯤 아이의 삶은 더는 동심조차 남아있지 않은 삭막한 현실이 된다. 차라리 아이일 때가 나았다. 무슨 짓을 해도 불쌍히 보는 사람이 있고 거두어갈 사람이 있었으니. 조금 더 커버린 아이는 여전히 춥고 굶주리고 외롭고 아프지만, 이전보다 사나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간다. 살다가, 결국 죽는다. 

 

 

 

  더는 이전처럼 길을 걸을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스치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어떤 아픔을 품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지도. 어쩌면 우리 모두가. 하지만 진정 도움이 필요한 이들은 눈에조차 보이지 않는다. 책 속의 소녀도 그랬다. 길 위를 무수히 걸어다녔지만, 정작 아이에게 손 내민 것은 몇 명 되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그마저도 모두 가난하고 불행한 이들이라, 소녀는 어쩌면 그런 자들만이 서로를 알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모두가 동일하게 힘든 세상을 살아간다. 그런 우리끼리는 서로를 잠시나마 보듬어줄 수 있었으면 한다. 하다못해 눈길 하나로도. 날선 말로만 살아가기엔 너무 힘든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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