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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시 모음집

무엇인지 무엇이었는지 무엇일 수 있는지-최유수

by seolma 2023.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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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밤

                                 최유수

잠에 들기 위해 누워서 눈을 감고 있다보면, 나는 결국 완전히 혼자이고 덩그러니 고립된 존재라는 느낌이 엄습할 때가 있다. 겉보기에는 그렇지 않은 듯 보이지만 실은 그 누구와도 영영 연결될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감.

  서로의 주위에 머무르며 꾸준히 온기를 나누어 주는 사람들이 있음을 머리로는 알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인 단절감이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처럼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도 모두 나처럼 고립된 존재일 뿐이므로, 감정이 오직 본인의 소유인 한 우리는 완전히 혼자일 수밖에 없다. 그런 느낌이 유독 강렬한 밤이 있다. 내 안의 고독이 나를 문초하는 밤. 어떤 위로로도 상쇄시킬 수 없는 타성의 시간.

  고요한 밤의 산맥 어딘가에서, 다가올 새벽을 기다린다. 

 

 

 

 

단어들

                             최유수

사랑, 슬픔, 희열, 고독, 애착, 불안...

  우리가 자주 떠올리는 모든 단어들은 저마다,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감정을 몇 글자 안에 견고히 담아 두고 있다. 단어들은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에게 감정을 빌려 주고 회수해 간다. 단어 하나를 깊이 곱씹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위로받을 수 있고, 결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은 마음 속 깊숙한 곳을 잠시나마 들여다볼 수 있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또 다시 나아갈 수 있다. 

 

 

 

 

불안의 공유

                            최유수

(...)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깊게, 더 깊게 자아의 우물을 파낸다. 그 안에 불안이 차오른다. 들여다 본다. 들여다 보게 한다. 그 바닥이 다 드러나도록 서로의 불완전성이 긴밀하게 공유될 때, 우리는 끝 모르고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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