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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책

[이토록 평범한 미래-김연수] '미래'를 '기억'하라

by seolma 2023.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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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삶에서 느끼는 불안감과 두려움의 근원을 생각해보자. 결과를 알 수 없는 면접,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불확실함,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결과들.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고, 과거의 그늘에 매여 앞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만드는 것들. 

 

불안과 두려움에 지치고 생을 살아갈 힘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이 어쩌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23년이 되기 전 겨울 한국 소설 중 가장 핫했던 책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 제목만 보고서는 SF인줄 알았지만, 사실 이 책은 절망 이후의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 있었던 다양한 단절과 패배들에 대해 작가가 제시하는 따뜻한 사랑의 관점은 충분히 위로가 될 만하다. 

 

예측불가능하고 불안정한 미래의 특성으로 인해 우리는 늘 괴롭다. 이에 대해 작가는 미래를 '기억'해보라고 조언한다. 마치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듯, 미래를 기억하라고.

우리의 현재는 늘 우리가 과거에 상상했던 최악보다는 평범하고, 오늘의 평범함을 과거에 알았다면 그토록 전전긍긍하지 않았을 것임을 오늘날의 우리가 아는 것처럼, 그렇게 현재를 살라고.

우리의 미래에는 극한의 천국도 극한의 지옥도 없고, 대부분의 경우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날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 사실을 기억하라고. 

 

사람들은 인생이 괴로움의 바다라고 말하지만, 우리 존재의 기본값은 행복이다. 우리 인생은 행복의 바다다. 이 바다에 파도가 일면 그 모습이 가려진다.  파도는 바다에서 비롯되지만 바다가 아니며 결국에는 바다를 가린다. 마찬가지로 언어는 현실에서 비롯되지만 현실이 아니며, 결국에는 현실을 가린다. (18-19)

 

우리의 정체성은 이야기이고 그 이야기는 곧 언어로 만들어지는데, 언어는 말하는 화자와 순간에 따라 늘 달라지므로 우리의 정체성 역시 허상이 된다. "말로는 골백번을 더 깨달았어도 우리 인생이 이다지도 괴로운 까닭이 여기에 있다." [무소유]에서 법정 스님이 말했듯, 녹은 쇠에서 비롯되지만 결국 쇠를 가린다. 우리의 생각에서 언어가 나오지만 결국 그 언어에 의해 우리의 생각은 틀에 갇히고 곡해되어버린다. 

유한한 생을 사는 우리가 우리의 생을 낙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그것 뿐이다. 미래를 기억하는 것. 과거에서 현재로, 다시 현재에서 과거로, 그리고 이제 현재에서 미래로 흐르는 삶을 사는 것. 그렇게 세 번의 삶을 살게 되면 슬픔은 무용한 것이 된다. 기쁨을 기다리며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한국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당연하고도 기꺼이 읽을 만한 책이다. 한국 소설의 팬이 아니라면 약간 진입장벽이 있을 만한 부분들이 조금 있지만 그건 외려 이 책이 너무도 우리의 일상과 닮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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