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ooks/책34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김초엽] 이해하여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여 이해하는 것 이 블로그의 첫 글이 이 단편집 중 제목에 해당하는 작품만을 읽고 쓴 글이었다면, 이번에는 단편소설 전체를 아우르는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한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재미가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책이 나온 역순으로, 를 읽고 김초엽 작가의 데뷔작인 을 읽은 후, 오히려 두 단편집이 가지고 있는 중심 주제와 감동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가 이해와 사랑에 관한 책이라면, 은 다름과 융화에 관한 책이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등장하는 건 비슷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전자가 개인적, 사적인 이해였다면, 후자인 이 책은 사회적 이해다. 우리는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이해하지 않는 것들이 아니라 이해하지 않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어져버린 것들과 마주한다.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2022. 3. 31.
[로라(방금 떠나온 세계)-김초엽] 사랑하지만 끝내 이해할 수 없는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으로 데뷔한 김초엽 작가의 신작이다. SF라는 장르가 얼마만큼 서정적이어질 수 있나를 보여주는 것 같은 김초엽 작가의 단편들은 한층 그 색채가 깊어졌다. 아직 이 책을 읽는 중이지만, 이제껏 읽은 세 편의 단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로라'를 소개해보려 한다. '로라'는 뻔한 로맨스 소설이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자 아주 오래, 아주 깊이 노력했으나 결국 연인을 이해하지 못한다. 자신에게 있어야 할 팔이 하나 부족하다고 느끼는 로라는 자신의 연인이 결코 자신을 이해할 수 없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럴 때가 있었다. 로라에 대해, 로라의 삶에 대해, 로라의 감각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기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아주 일상적인 감각이 이질적으로 느껴질.. 2022. 3. 4.
[헝거게임/캣칭파이어/모킹제이 책] 인간은 생존을 넘어 삶의 주인으로 살기를 바란다 *위 제목은 [헝거게임 캣니스, 인간은 생존을 넘어 삶의 주인으로 살기를 바란다](K-스피릿, 강만금 기자) 의 기사 제목을 인용했습니다. 헝거게임 영화 : https://in-mybookshelf.tistory.com/76?category=903688 [헝거게임] 개인 속의 사회, 사회 속의 개인.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판엠의 불꽃-캣칭 파이어-모킹제이 파트원(번역된 제목은 모킹제이)-모킹제이 파트 투(번역된 제목은 더 파이널) 헝거게임의 소제목은 각 영화의 전 in-mybookshelf.tistory.com 헝거게임 책 3부작 헝거게임 캣칭 파이어 모킹제이 영화를 보고 썼던 감상에서 나는 책이 영화보다 훨씬 나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원작 소설 세 편을 모.. 2022. 2. 6.
[당신 인생의 이야기-테드창] 1. 바빌론의 탑 테드창의 단편집_1 바빌론의 탑 지구라트 : 지구라트(Ziggurat)는 햇볕에 말려 만든 벽돌이나 구워 만든 벽돌로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나 엘람 도시의 주신에 바쳐진 성탑(聖塔)이다. 처음에 세상에는 언어가 하나뿐이어서, 모두가 같은 말을 썼다. 사람들이 동쪽에서 이동하여 오다가, 시날 땅 한 들판에 이르러서, 거기에 자리를 잡았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자,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사람들은 돌 대신에 벽돌을 쓰고, 흙 대신에 역청을 썼다. 그들은 또 말하였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야훼는, 사람들이 짓고 있는 도시와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다. 야훼가 말씀하셨다. “보아라,.. 2021. 5. 6.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읽어본 책 중 가장 슬픈 책 이름이 없는 아이가 있다. 보통 이름이란 부모가 가장 정성 들여 짓는 것이다. 남들 다 있는 흔한 이름조차 제대로 없는 아이는 자신에게 사랑은커녕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를 가짜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열한 살짜리 아이는 가시가 돋치기 시작한다. 이 책은 이름이 없는 이 소녀가 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소녀는 늘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지만, 솔직하진 못하다. 자신의 아픔과 슬픔을 그대로 직면했다가는 세상이 너무 원망스러워 혼자 죽어버릴까봐. 사랑받기만 해도 모자랄 시간들을 그냥 홀로 커버린 아이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사람과 수많은 일을 겪지만, 정작 단 한 번도 자신의 부모가 될 만한 사람은 찾지 못한다. 이 소녀만큼이나 책은 뾰족뾰족하다.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그 크고작은 가시에 .. 2021. 3. 24.
[타임머신-허버트 조지 웰스] 802701년의 미래 1895년, 과학의 발전과 함께 시공간에 대한 현대적인 개념이 잡히기 시작할 무렵, 허버트 조지 웰스는 이 '타임머신'을 만들었다. 물론 진짜 기계는 아니고 종이에 적힌 글들을. 하지만 이 소설을 끝마친 독자들은 잠시나마 그런 터무니없는 의문을 갖게 된다. 작가가 정말 시간여행을 하지 않은 것이 맞나? 작가에게 정말 타임머신이 있었던 건 아닐까? 작가가 그려내는 802701년은 그만큼이나 선명하다. 어둠과 빛이 순식간에 교차되었기 때문에 번쩍거리는 빛에 눈이 아플 지경이었습니다. 간헐적인 어둠 속에서 나는 달이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초승달에서 보름달로 변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원을 그리며 돌고 있는 별들도 어렴풋이 보았습니다. -시간여행자의 여행기 중 시간 여행자는 기계에 매료되어 이런저런 것들을 만.. 2021.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