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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현대미술이 미술같지 않게 느껴지는 당신을 위해 미술이란 무엇인가? 미술에 대해 생각해보면 우리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이미지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가령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에 그려진 천지창조라든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여러 조각상들, 아니면 하다못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인 모나리자라도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표지마저도 예술적인 이 책에서는 이 모든 것들이 미술이 아니라고 말한다. 내가 이 작품은 미술이 아니었다고 말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겠는가?(2쪽) 미술이란 근대의 발명품이다. 근대 이전에는 미술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근대 이전에 만들어진 그 모든 것들을 보면서 우리는 미술이란 이름을 붙이지만, 사실 그것들은 미술이 아니었다. 우리의 현재 문화에 의해 '차용'되어 미술로 변형된 것이다. 현재 우리의 미술이란 미술관에.. 2020. 7. 6.
[모모] 책 속의 문장들: 모모와 베포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23쪽) 마치 망가진 냄비처럼 언제라도 다른 사람으로 대치될 수 있는 그저 그런 수백만의 평범한 사람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하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모모를 찾아와 속마음을 털어 놓았다. 그러면 그 사람은 말을 하는 중에 벌써 어느새 자기가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있는 그대로의 나와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도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이 세상에서 소중한 존재다.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었다.(24쪽) 도로 청소부 베포 사람들은 도로 청소부 베포가 머리.. 2020. 7. 3.
[영화 어톤먼트] 가장 안타까운 사랑의 색감 영화 어톤먼트의 색감은 톤 다운 된 초록색과 노란색, 그리고 파란색이다. 감성적인 엽서 속에서나 나올 것 같은 장면들이 끊임없이 펼쳐지지만, 다 보고 난 후 기억에 남는 것은 아름다운 색감들보다 강렬했던 세실리아(키이라 나이틀리)와 로비(제임스 맥어보이)의 눈빛이다. 허락되지 않은 사랑에 빠지고, 아주 짧은 순간 그 사랑에 잠겼다가, 그 대가로 참혹하도록 긴 순간을 떨어져야 했던 이들의 눈빛. 아름다운 영화지만 영화는 우리에게 이 아름다움을 편안하게 즐기도록 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맘 졸이고, 안타까워하게 만든다. 영화를 서술하는 관찰자인 어린 브라이오니(시얼샤 로넌)이 벌이는 일로 인해서. 어린아이기에 용서할 수 밖에 없는 일들이 있다. 그 뜻은 아이가 벌인 짓이 그 아이가 어리지 않았다면 결코 용서받.. 2020. 6. 29.
[영화 설국열차] 끝이 없는 세상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 여기에 열차가 있다. 인간 사회를 그대로 옮겨 담은 열차가. 같은 속도로 지구를 돌며, 멸망해버린 지구에서 유일하게 인간에 살아 숨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때로 우리는 우리의 눈앞을 가린 수많은 것들로 인해 진짜 봐야 하는 것을 보지 못할 때가 있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인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역)가 그렇다. 커티스는 기차의 앞으로 달려나간다. 그것은 그가 더 이상 굶주림을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유도 모른채 앞칸으로 끌려가는 어린 아이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신발을 던졌다가 팔이 잘리는 불합리한 처벌에 화가 났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유가 어떻든, 아래 계급에 있는 사람들은 늘 혁명을 꿈꿔왔다. 심장을 졸이게 하는 장면들을 지나, 마침내 커티스는 민수의 도움을 받아 기차.. 2020. 6. 26.
[김대식의 Big Question] 존재가 존재하는 이유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이 책이 표지에서부터 뭔가 점성술사 같은 분위기를 풍기지만, 사실 그런 내용은 아니다. 오히려 정말 과학적인, 정말 현대 과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책은 여러 질문들에 답하는 형식으로 챕터들이 진행된다. 질문들은 굉장히 원초적이고 철학적이다. 가령 존재는 왜 존재하는가, 인간은 왜 죽어야 하는가, 인간은 무엇을 책임질 수 있는가, 인간은 왜 필요한가 등등. 철학적이고 본능적인 질문들에 대한 김대식 교수님의 답은 과학적이다. 모르는 것이 분명하고, 증명할 수 있는 것들로 근거를 들며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질문이 질문이니 만큼 답들이 모든 것을 아우를 수는 없을 수 있지만, 나는 이 책의 답들이 꽤나 만족스러웠다. 어린아이의 질문들 중에는 부모님조차 지겨워하는 질문들이 꽤 있다. 혹은 아.. 2020. 6. 2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인간이란 존재의 가벼움에 대하여 단 한 번 뿐인 삶, 그 무의미함 책에서는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설명하며 우리의 삶이 반복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살면서 수많은 선택들을 하지만 결코 다른 선택의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삶은 돌아오지 않고, 모든 선택은 단 한 번 밖에 오지 않으므로. 따라서 우리의 생은 단 한 번 뿐이다. 다른 선택의 결과를 영원히 알 수 없다면, 매 선택이 과연 얼마나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것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삶은 매우 가볍고, 마치 별 의미가 없는 것과 같다고 책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런 무의미한 생을 살아가는 인간은 존재가 가벼울 수밖에 없다. 한 번의 실수로도 죽어버릴 만큼, 얕은 사랑으로는 세상에 붙들어 놓을 수도 없을 만큼. 얼마나 많은 거짓 약속들에 사람들이 죽었으며, .. 2020. 6. 22.